끈질긴 생명력의 상징, 수수(苏苏)

1987년 3월 문을 연 청두 판다 연구기지(成都大熊猫繁育研究基地)는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어려운 판다 여섯 마리를 보호하면서 시작되었다. 여섯 마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암컷 수수(苏苏)일 것이다.

수수는 1983년 쓰촨성 량샨 이족 자치구의 마볜 지역 야생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수수는 1986년 3월 산에서 내려왔다가, 놀란 마을 사람들이 쏜 총에 다쳐 산으로 도망쳤다. 같은 해 5월 수수는 마볜에서 2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곧 청두 동물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수수는 이때 입은 부상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을 영구히 잃었다.

1987년 3월 네덜란드 동물원에 가기 전 수수는 건강 검진을 했는데, 마취사고로 3시간 반 동안 호흡이 멎는 일을 겪는다. 쇼크는 25시간 동안 계속 됐지만, 수수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같은 해 5월 수수는 3개월 동안 네덜란드 틸버그 동물원을 방문했고, 처음으로 네덜란드 땅을 밟은 판다가 되었다. 9월이 되자 수수는 다시 청두 동물원으로 돌아왔다.

1992년 7월 26일, 수수는 첫 아들을 낳았다. 이날은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일이었고, 당시 IOC 회장 사마란치는 수수의 아들에게 올림픽 마스코트 이름을 따 '코비(科比)'란 이름을 지어줬다.

수수와 아들 코비

(좌)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cobi). (우)1988년 개최지를 발표한 것으로 유명한 당시 사마린치 IOC 위원장.

1994년 7월 31일, 수수는 딸 쌍둥이 슈란(蜀兰)과 메이메이(梅梅)를 낳았다.

2004년 4월 26일 상하이, 장쑤성, 절강성 등을 방문하고, 2006년 5월 다시 청두 기지로 돌아왔다. 2007년 2월엔 장쑤성 쉬저우 동물원에 머물렀다.

2008년 2월엔 쑤저우 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는데, 같은 해 6월엔 수수가 철제 울타리에 손을 넣은 관광객의 손가락을 깨무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2010년 3월 8일 수수는 청두 동물원에 돌아와 노후 생활을 시작하지만, 노환 증세가 나타나면서 2016년 청두 기지로 옮겨졌다.

2017년 6월 2일 수수는 노환으로 사망했다.

2021년 1월까지 수수의 새끼 세 마리 중 슈란만이 살아 있다. 코비는 2017년 2월에, 딸 메이메이는 2008년 10월에 사망했다. 메이메이는 일본으로 건너 갔는데, 일본에서 태어난 메이메이의 자손들이 크게 번성한 덕택에 수수의 혈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고비를 극복한 수수의 강한 생명력이야말로 본능적인 야성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